기자들은 엄빠찬스라며 장제원과 나경원을 비판하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라며, 박덕흠과 주호영을 비판하지 않는다.
조국을 열성적으로 비판한 기자들은 '단 한 곳만'은 절대 비판하지 않았다.
어디일까 그들은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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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떨어져 보기 3: 기자, 무엇이 문제인가
2020-09-18 14:07
더 이상 이 연재물을 쓸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걸 보고도 뭐가 이상한지 모르는 사람들은 어차피 무슨 얘기를 해도 듣지 않을 테고, 이런 걸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은 이걸 읽을 필요가 없다.
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 신천지나 테러 제일 교회는 악착같이 압수수색을 하지 않겠다고 하던 검찰이 검찰 개혁을 추진하던 추미애 장관의 아들이 휴가를 나왔네 말았네 하는 문제가 터지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자그마치 국방부 민원실이다. 대체 거기 어떤 비밀들이 숨어있을까.
박근혜 정부의 국방부가 계엄령을 선포하려 한다는 폭로를 했던 여당대표(국방부에서 퍽이나 이런 사람을 좋아했을 것 같다)가 녹음이 되는 걸 뻔히 알면서 국방부 민원실에 청탁을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것 같은가.
▲2016년 11월, 박근혜 정권 당시 기사 / 출처-<노컷뉴스>
“추미애가 고스톱 쳐서 사법고시 통과한 거 같냐?”라고 해봤자 어차피 결론을 정하고 시작한 사람들은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할 테니 아무 소용이 없으므로 이 문제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하긴 119에 전화해서 ‘김문순대’라며 자신이 ‘김을 문 순대’라고 커밍아웃을 했던 김문수와 같은 편이니 저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샆다.
검찰의 주적, 현 정부의 법무부 장관
조국 그리고 추미애를 대하는 태도를 한 발 떨어져서 보면, 검찰은 현 정부의 법무부 장관을 자신들의 주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말로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검찰이 조국처럼 ‘빡세게’ 수사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출처-<한국경제>
원정도박을 24차례에 걸쳐 했다는 양현석도 상습도박이 아니라는 검찰이 국방부에 득달같이 압수수색을 들어가는 일도 이전에는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조국은 자신들의 명령권자가 될 사람이었다.
조국과 추미애의 두 가지 공통점은 검찰개혁을 말하는 법무부 장관이라는 점과 자식 문제로 검찰과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고, 두 가지 차이점은 추미애는 사법고시 출신이라는 점과 선출직 정치인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한 발 떨어져서 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보면 조국 사태와 추미애 사태가 왜 같으면서도 다르게 전개되는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다른 각도에서 한 발 떨어져서 보면,
-타인의 아이들을 앞세워 자신들이 누리던 불법적인 특권을 유지하려고 하던 사립유치원 원장들
-자신들의 상위 기구인 법무부를 상대로 싸우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법무부 장관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검사들
-타인의 생명을 무기 삼아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려는 의사들이나 의사도 아닌 ‘주제’에 의사 행세를 하며 자신들이 시험 안 보겠다는 걸 대단한 협박이라도 되는 것처럼 으름장을 놓는 의대생들
이들의 모습은 무척 닮아있다.
기득권층의 공적, 문재인 정부
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자.
한 발 떨어져 문재인 정부가 싸우는 의사, 검사, 유치원 원장들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싸우던 농민이나 쌍용차나 KTX의 파업노동자, 용산의 철거민, 세월호 유가족들과 비교해보자.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이 사회의 수구 기득권 세력들을 지키기 위해 사회적 약자들을 몰아내려고 한 반면, 문재인 정부는 이 사회에 빨대 꽂고 꿀 빨던 사람들의 특권을 가져와 국민들에게 돌려주려 하고 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문재인 정부가 정치, 법조, 교육, 언론을 막론하고 기득권층의 공적이라는 의미다. 그들이 한 몸이 되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우습게도 정작 온갖 불법적인 특권을 누리는 인간들은 놔두고 문재인 정부를 욕하는 데만 혈안이 된 인간들이 많다(진중권이 대표적이다). 조국과 추미애가 온갖 특혜를 누렸다며 입에 침을 튀기는 자들은 장제원과 나경원이 누린 특혜를 욕하는 법이 없으며, 김의겸과 손혜원이 부동산 투기로 떼돈을 벌었다고 욕하는 자들은 박덕흠과 주호영에 대해서는 모른 척한다.
출처-<MBC 뉴스>
이 모든 일은 사회에 벌어지는 일을 한 발 떨어져 관찰하는 것이 자신들이 할 일인데도 한 발 떨어지기는커녕 온갖 세력들과 밀착해 그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모습을 되돌아보지 못하는 기자들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들이 자신이 할 일을 다 한다면, 국민들은 애써 한 발 떨어져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들이 할 일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특권층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여주는 일만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 발 떨어져 보기’ 스킬을 장착해야 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이게 뭔가 싶지만 뭐 어쩌겠나. 있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나 싶다. 한 발 떨어져 보기 예제 풀이를 좀 더 해보도록 하겠다.
기자들 얘기가 나온 김에 기자 얘기로 한 발 떨어져 보기 예제풀이를 좀 더 해보자.
조국을 신나게 공격한 법조기자들은 누구 편일까
조국 사태 때, 기자들은 정의감에 가득 차 일제히 풀 컨디션으로 ‘조국 소탕 작전’에 나섰다. 이때 가장 열심히 뛴 기자들은 대개 ‘법조’기자들이다. 기자들이 대체적으로 조국 장관이나 인간 조국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기사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열성적으로 조국을 떨구는 데 앞장선 건 거의 다 ‘법조’기자들이었다.
다른 기자들은 침묵으로 그들에게 동조했다. 악의 창궐은 다수의 침묵에서 동력을 얻는다는 진리는 이번에도 비껴가지 않았다.
그럼 왜 유난히 법조기자들은 일제 강점기 고등경찰처럼 조국을 공격했을까? 이 부분을 한 발 떨어져 보지 않으면 대체 법조기자들이 왜 저러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 발 떨어져 보면 어떤 것이 보일까. 전 편에 얘기했지만 기소하는 것보다 기소하지 않는 것, 얘기하는 것보다 얘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들이 무얼 하지 않았는지 알아야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조국 사태 때 그들은 긍정적인 의미건 부정적인 의미건 정말 열심히 뛰었다(물론 이렇게 얘기할 때는 부정적이란 의미다).
세상에서 가장 밝은 웃음으로 배달하는 분을 맞이하며 짜장면을 먹었는지 짬뽕을 먹었는지를 필사적으로 물어보던 모습은 법조기자들이 얼마나 조국을 주저앉히기 위해 노력과 정성을 쏟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마 그 배달원분은 자신을 그렇게까지 반겨주는 이들을 평생 처음 보았으리라 확신한다.
출처-MBC<PD수첩>
그렇게 열심히 취재했는데 문재인 지지자라는 자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는 자신들을 욕하기 바빴다. 사람이 욕을 먹으면 그 욕을 먹는 게 당연한지 아닌지와 그 욕이 정당한지 아닌지와 별개로 억울하고 욕하는 사람들이 미워지기 마련이다.
그들 중에는 이명박, 박근혜의 언론탄압 때 고생했던 이들도 있다. KBS 법조팀 기자 중에 그런 이들이 있다. 이들이 새누리당 정부 때 탄압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쯤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탄압을 당하고도 왜 저쪽 편을 들지? 벨도 없나? 이런 생각이 충분히 들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민주당의 적이 한나라당(이름을 하도 바꿔서 이제 일일이 바꿔 부르기도 귀찮다. 그냥 한나라당이라고 부르도록 하겠다)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오해다.
기득권이라고 해서 다 한 편은 아니다. 조선일보가 박근혜와 각을 세우지 않았다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하지 않았다면, 박근혜는 탄핵될 수 없었다. 박근혜가 탄핵된 것은 그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그럼 법조 기자들은 정말로 공명정대하게 기사를 쓴 것일까. ‘절대로’ 아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편파적이었다. 그들은 이명박 박근혜의 편이 아니었을 뿐 누군가의 편에 서 있다. 그들은 누구의 편일까.
법조 기자들이 조국 사태 때 국민들(문재인 지지자들도 국민들이라는 사실을 이들은 애써 무시하고 꼬박꼬박 문재인 지지자라고 부른다. four가지 없는 XX들)에게 비판받자 이들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자신들이 얼마나 박근혜 탄핵에 앞장섰는지, 최순실의 부정과 불법을 보도하는데 얼마나 열성적이었는지를 근거로 댔다.
법조기자들이 한나라당의 편이 아니라면 대체 누구 편일까. 그들의 말처럼 정의와 공정의 편일까.
법조기자들이 말하는 것에서 이들이 누구의 편을 들었는지를 찾으면 그들이 누군의 편을 드는지 알 수 없다. 그들이 누구에 대해 말하지 않는지에서 찾아야 한다. 조국 기사를 열성적으로 쓴 기자들은 사회 온갖 일에 대해 비판을 했지만 ‘단 한 곳만’은 절대 비판하지 않았다.
검 . 찰 .
그들이 검찰을 비판하지 않는 이유
조국 사태 때 열심히 기사를 쓴 자들이 검찰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이들은 절대로 검찰을 비판하지 않는다. 검찰에서 멀쩡한 사람을 감옥에 보내건 부하직원을 성추행하건, 김학의를 김학의가 아니라고 하건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어쩌다 한두건 기사로 쓰더라도 절대 그 이상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개별 검사 중에 비판받는 자가 있을지는 몰라도 조직으로써 검찰을 비판하는 일은 없다.
이건 법조기자가 일하는 메커니즘과 관련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법조 기자들은 검찰과 밀착하지 못하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 검사들이 자신들의 시각대로 기사를 써주는 기자들에게만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검찰의 시각대로 기사를 쓰는 자들만 법조기자로 살아남게 된다. 애초부터 검찰의 입맛에 맞는 자들에게만 기삿거리가 주어지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조국 사태 때 왜 기자들이 그렇게 기사를 썼는지를 알 수 있다.
검사들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검찰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유능한 ‘법조’기자가 된다. 검찰은 그런 자들만 법조기자로 살아남을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했다.
이런 자들에게 검찰을 개혁하겠다며 검찰이 가진 권한을 뺏겠다는 조국은 얼마나 어마어마한 악당처럼 보였을까. 대다수 법조기자들은 자신들이 검찰에 의해 길들여졌다는 사실도 모른 채 검찰이 보여주는 대로 세상을 바라본다. 검찰이 권력의 개라는 말이 있었지만 진짜 개는 검찰이 키우고 있는 법조기자들이다.
▲2019년 12월 3일 방영된 MBC<PD수첩> ‘검찰 기자단’편
그러고도 자신들이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기자라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H 경제지의 좌모라는 자가 말한 것처럼 도대체 왜 법조기자들은 염치가 없나? 십자군 원정 이래로 자신의 정의를 의심하지 않는 자들처럼 정의와 거리가 먼 자들이 드물다. 이명박도 얘기하지 않았나. 자신의 정권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었다고.
법조기자들은 검찰이 던져주는 정보라는 뼈다귀에 길들여져 검사들 앞에선 꼬리를 흔들기 바쁘다. 다른 곳에 가면 자신들이 고급정보를 지니고 있다며 자못 당당한 척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봐도 검사들에 의해 길들여진 애완동물에 불과하다. 뭐 하나 던져주면 별것도 아닌 걸 단독이네 특종이네 하면서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다.
이게 한 발 떨어져 바라본 검사와 기자의 관계이자, 조국 사태 때 기자들이 왜 폭주를 했는지에 대한 진실이다.
지난 편에 예고했던 대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2022년 대선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다른 얘기가 너무 길어졌다. 다음 편에 하든지 말든지 하겠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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